좁쌀만 한 초파리의 머릿속 14만 개 신경세포와 5천만 개 연결점을 담은 입체 지도가 완성되었다. 감각이 운동 명령으로 바뀌는 뇌 전체의 배선 구조가 드러나면서 뇌과학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뇌 전체 신경망 지도 커넥톰의 탄생과 과학적 의의
인간은 생각과 행동이 어디서 출발하는지 밝히기 위해 오랜 세월 뇌를 들여다보았다. 뇌는 무수히 많은 신경세포가 정밀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유기적 복합체다. 기존 뇌 연구는 주로 자기공명영상이나 양전자 단층촬영 같은 영상 장비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 관찰은 특정 뇌 부위의 혈류량이나 대략적인 신호 덩어리만 보여줄 뿐이다. 마치 인공위성에서 내려다본 야경 사진처럼 불빛의 밀집도만 흐릿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개별 세포들이 어느 골목에서 서로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누는지 알기란 불가능했다. 신경망의 미세한 배선 경로를 확인하는 일은 오랫동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이 한계를 깨뜨리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 바로 '커넥톰'이다. 커넥톰이란 뇌 속 모든 신경세포와 그 연결망 전체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기록한 입체 신경 지도다. 세포 몸통은 물론 길게 뻗은 잔가지와 이들이 만나는 미세한 접점까지 빠짐없이 담아낸다. 최근 전 세계 연구진이 뭉친 국제 연구 연합 '플라이와이어'는 성체 초파리의 전뇌 커넥톰을 마침내 완성했다. 이 방대한 연구 성과는 저명한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 특별호에 나란히 실렸다. 성체 곤충의 뇌 전체를 단일 신경세포 단위로 완벽하게 복원해 낸 역사상 첫 쾌거다. 이로써 뇌과학 연구는 간접적인 추정의 시대를 지나 실측 데이터 시대로 굳건히 들어섰다.
실험 모델로 쓰인 노랑초파리는 과일 주변을 맴도는 아주 작은 곤충이다. 머리 안에 든 뇌의 크기는 기껏해야 1밀리미터 안팎으로 좁쌀 한 톨보다 작다. 하지만 이 작은 머릿속에서 초파리가 펼쳐내는 행동은 놀라울 만큼 다채롭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파리채의 그림자를 감지하면 수십 밀리초 만에 회피 비행을 시작한다. 바람에 실려 온 희미한 냄새 분자를 맡아 먹이의 위치를 수 미터 밖에서도 정확히 추적한다. 빛의 파장과 편광을 읽어 비행 각도를 잡고, 짝을 만나면 섬세한 구애 춤을 춘다. 주변의 바람 세기와 온도 변화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해 날갯짓을 끊임없이 조절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초파리는 위험한 자극을 기억하고 회피하는 연합 학습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이 모든 복합적인 정보 처리와 운동 제어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뇌 속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곤충의 겉보기 행동만을 관찰하며 내부 회로를 막연히 짐작할 뿐이었다. 하지만 신경망의 물리적 연결 구조를 모른 채 뇌를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전제품의 회로 기판을 뜯어보지도 않고 작동 원리를 완벽히 설명하려는 셈이었다. 플라이와이어 연구진은 이 오랜 과학적 갈증을 풀기 위해 수년에 걸쳐 힘을 모았다.
이번에 완성된 전뇌 신경망 지도는 기존 뇌 연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뒤바꾼다. 과거에는 신경세포 하나에 미세 전극을 꽂아 전압 반응을 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제는 특정 신경세포의 정확한 번지수와 그물망처럼 이어진 이웃 세포를 도면에서 찾아낸다. 어떤 경로를 거쳐 감각 신호가 흐르고 증폭되는지 객관적인 회로도로 직접 검증한다. 짙은 안개 속을 헤매던 탐험가가 도시의 골목길까지 적힌 고해상도 내비게이션을 쥔 격이다. 생명체가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는 유기적 구조의 실체가 마침내 명확한 도면으로 드러났다.
국제 연구 연합 플라이와이어의 초파리 뇌 지도는 1밀리미터 공간의 단일 신경세포와 연결망을 남김없이 복원한 첫 전뇌 배선도다.
초정밀 절단과 머신러닝이 빚어낸 나노미터 공정
1밀리미터에 불과한 곤충의 부드러운 뇌 조직을 상처 없이 다루기란 결코 쉽지 않다. 생명 활동이 멈추는 순간부터 세포 내부의 단백질은 빠르게 분해되기 시작한다. 나노미터 단위의 미세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연구진은 특수 화학 고정액을 투입했다. 세포의 골격을 순간적으로 굳혀 형태가 허물어지는 것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전자현미경 아래에서 세포막이 또렷하게 드러나도록 중금속 용액으로 염색했다. 오스뮴과 우라늄 화합물이 세포막과 단백질에 달라붙어 선명한 명암 대비를 만든다. 이후 액체 상태의 플라스틱 수지를 조직 속에 골고루 채워 단단한 블록으로 굳혔다.
단단하게 굳은 플라스틱 블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얇게 썰어내야 했다. 연구진은 초정밀 다이아몬드 칼날이 장착된 미세 절단 장비를 가동했다. 뇌 전체를 수십 나노미터 두께로 7천 장 넘게 연속해서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사람 머리카락 한 올을 길이 방향으로 수천 갈래 쪼개는 것보다 얇은 두께다. 칼날의 미세한 떨림이나 연구실 온도 변화조차 절편의 파손을 부를 수 있었다. 잘려 나온 얇은 리본 모양의 조직 조각들은 특수 테이프 위에 빈틈없이 안착했다. 조각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뇌의 연속 배선망이 영영 끊어지는 엄중한 공정이었다.
수집된 절편들은 고해상도 투과 전자현미경 아래에서 낱낱이 촬영되었다. 강력한 전자빔이 얇은 조직을 통과하며 미세한 세포막과 시냅스 구조를 드러냈다. 이렇게 찍어낸 흑백 단면 사진의 수만 해도 자그마치 수백만 장에 달했다. 저장 장치에 축적된 디지털 영상 데이터의 용량은 수백 테라바이트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방대한 사진들은 잘게 쪼개진 2차원 평면 조각들의 무더기일 뿐이었다. 수백만 장의 사진 속에서 구불구불 얽힌 신경 가지를 사람이 일일이 잇기는 불가능했다. 숙련된 연구자 수십 명이 매달려도 수십 년 이상의 세월이 족히 걸릴 분량이었다.
여기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한 핵심 기술이 바로 컴퓨터 시각 분석 기술이다. 심층 신경망 모델은 사진 속 명암 차이를 픽셀 단위로 정밀하게 훑었다. 세포막의 윤곽선을 스스로 인식하여 개별 신경세포의 경계 구역을 분할했다. 수천 장의 단면 이미지를 3차원 공간에서 오차 없이 정렬해 신경 가지를 추적했다. 미세한 신경 섬유가 공간 속에서 뻗어나가는 입체 경로를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복원했다. 머신러닝의 초고속 연산 덕분에 복원 기간을 수년 단위로 극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빅데이터 생물학 연구에서 머신러닝이 지닌 폭발적인 위력을 여실히 입증한 셈이다.
하지만 신경망 모델이 내놓은 초벌 지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었다. 신경세포의 가지가 중간에서 뚝 끊기거나 엉뚱한 이웃 세포와 엉겨 붙는 오류가 잦았다. 지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 세계 연구자들의 집단 지성이 힘을 합쳤다. 전용 온라인 플랫폼에 접속하여 수많은 연구자가 화면을 들여다보며 오류를 교정했다. 끊어진 신경 섬유를 잇고 잘못 연결된 시냅스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바로잡았다. 이 꼼꼼한 검증 작업에 전 세계 연구자들이 쏟아부은 시간만 수십만 시간에 달했다. 기계의 연산력과 인간 연구자의 집념이 만나 마침내 완전무결한 입체 지도가 완성되었다.
머신러닝의 초고속 영상 분석 연산과 수많은 연구자의 끈질긴 수작업 교정이 만나 나노미터 단위의 빈틈없는 입체 신경 지도를 빚어냈다.
14만 개 신경세포와 5천만 개 시냅스가 엮어낸 입체 배선망
완성된 뇌 지도는 생체 조직의 경이로운 배선 밀도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성체 암컷 초파리의 뇌 속에는 약 13만 9천 개의 신경세포가 들어차 있다. 사실상 14만 개에 이르는 신경세포(뉴런)가 1밀리미터 좁은 공간에 모여 있는 셈이다. 이 신경세포들이 뻗어낸 축삭과 수상돌기의 길이를 모두 이어 붙이면 실로 엄청나다. '축삭'은 신호를 내보내는 전선이고, '수상돌기'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안테나다. 세포들이 뻗어낸 섬유의 총연장은 자그마치 150미터에 이른다. 좁쌀만 한 상자 안에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도로망을 정교하게 접어 넣은 격이다. 생명체가 진화 과정에서 이룩해 낸 초고밀도 공간 집약의 정수를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포들이 신호를 교환하는 연결점인 시냅스의 수치다. 지도에 공식 기록된 화학적 시냅스의 수는 5천4백만 개를 훌륭히 넘어선다. 신경세포 하나당 평균적으로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연결 접점을 맺고 있다. 정보 흐름의 중심에 선 특정 허브 신경세포는 홀로 1만 개가 넘는 시냅스를 거느린다. 이 방대한 배선망은 결코 무질서하게 뒤엉킨 실타래가 아니다. 신호 전달 경로를 줄이고 혼선을 피하도록 정교하게 짜인 기하학적 질서를 따른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면서 연산 속도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배선 배치인 셈이다.
신경망 내부에는 신호를 중계하고 다듬는 '개재신경세포'가 촘촘히 분포한다. 개재신경세포는 감각 신경과 운동 신경 사이에서 신호를 중재하는 중간 관리자다. 감각 기관에서 올라온 신호는 주요 통로를 거쳐 고위 중추로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개재신경세포는 신호가 넘치지 않도록 적절히 억제 신호를 보낸다. 주변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혀 신호의 잡음을 없애고 선명도를 높인다. 또한 다양한 우회로를 형성해 특정 경로가 다쳐도 뇌 기능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복잡한 도심 교차로에서 교통 정체를 막아내는 신호등이자 베테랑 교통경찰인 셈이다.
이러한 계층적 연결망은 초파리가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는 핵심 비결이다. 몸집이 작은 곤충은 체내에 비축할 수 있는 영양분과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연구진은 뇌 전체에서 신호가 가장 효율적으로 흐르는 배선 원리를 밝혀냈다. 모든 세포가 동시에 켜지는 낭비를 막고, 소수의 허브 세포가 정보 흐름을 이끈다. 대다수 신경세포는 꼭 필요한 순간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여 대사를 줄인다. 이른바 '희소 배선' 원리를 통해 불필요한 에너지 누출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연산 효율을 거두는 자연의 지혜가 빛나는 대목이다.
인간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와 100조 개의 시냅스가 존재한다. 그 거대한 수치에 비하면 초파리의 14만 개 세포는 언뜻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온전한 개체 수준에서 배선 전체를 규명한 동물 중에서는 단연 가장 크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이는 곤충조차 고도로 발달한 신호 처리 체계를 갖추었음을 입증한다. 이 방대한 배선 구조의 완벽한 복원은 과학사에서 기념비적인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작은 생명체 속에 담긴 배선의 법칙은 향후 인간 뇌 연구의 든든한 기준이 된다.
1밀리미터 공간에 펼쳐진 150미터 신경 섬유와 5천만 개 시냅스는 희소 배선 원리를 통해 최소 에너지로 최대 연산 효율을 낸다.
감각 입력에서 행동 조종까지 이어지는 신호의 여정
3차원 배선도를 따라가면 감각 신호가 날갯짓 명령으로 바뀌는 과정이 한눈에 보인다. 초파리의 커다란 겹눈을 이루는 수많은 낱눈으로 들어온 빛은 즉각 전기 신호로 바뀐다. 이 신호는 망막 아래 자리한 시각 신경절의 다층 회로망으로 곧장 흘러든다. 여기서 시각 정보는 명암과 형태, 움직임의 속도와 방향, 빛의 편광으로 정밀하게 분해된다. 신경망은 물체가 다가오는 속도를 독립적인 전용 채널을 통해 초고속으로 계산한다. 마치 고성능 카메라가 피사체의 궤적을 픽셀 단위로 추적하는 연산과 꼭 닮았다. 1차 가공된 시각 정보는 뇌 중앙의 고위 영역으로 지체 없이 전달된다.
머리 위로 솟은 더듬이의 감각 수용체는 공기 중에 떠도는 냄새 분자를 포착한다. 이 후각 신호는 신경 다발을 타고 '더듬이엽'이라는 냄새 정거장으로 들어선다. 더듬이엽 안에는 '사구체'라 불리는 둥근 실타래 모양의 신경 뭉치들이 늘어서 있다. 사구체는 특정 화학 분자에만 반응하도록 특화된 신경 연결망이다. 각각의 사구체는 고유한 냄새 신호에 맞춰 독특한 발화 패턴을 빚어낸다. 초파리는 켜진 사구체들의 조합을 읽어 달콤한 과일인지 유독 물질인지 판별한다. 건반의 여러 음이 어우러져 하나의 화음을 완성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다양한 감각 신호들은 뇌 한가운데 자리한 '중심 복합체'로 모여든다. 중심 복합체는 곤충의 체내 나침반이자 공간 탐색을 총괄하는 핵심 사령탑이다. 연구진은 도넛 모양으로 둥글게 배열된 이 신경 회로의 신비로운 작동을 밝혀냈다. 초파리가 몸을 회전할 때마다 이 고리형 회로 위에서 신호 봉우리가 나침반 바늘처럼 돈다. 곤충이 자신이 나아가는 방향과 몸의 각도를 실시간으로 계산하는 생체 자이로스코프다. 주변 지형을 인식하고 비행 경로를 유지하는 벡터 연산이 회로 위에서 쉼 없이 일어난다. 초파리는 이 정교한 내부 나침반 덕분에 바람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고 비행한다.
한편 '버섯체'라 불리는 영역에서는 감각 정보와 기억의 결합이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버섯체는 버섯 모양을 닮은 곤충 뇌의 핵심 학습 및 기억 중추다. 냄새 신호가 버섯체의 신경 섬유로 넓게 퍼져 분산된 형태로 부호화된다. 이때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들이 회로에 개입하여 신호의 의미를 조율한다. 그 냄새가 이전에 달콤한 보상이었는지 고통스러운 전기 충격이었는지 새겨 넣는다. 경험에 따라 신경세포 사이 시냅스의 연결 세기가 유기적으로 조여지거나 풀린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감각에 덧입혀져 생존에 가장 유리한 행동 결정을 이끌어낸다.
통합된 판단 결과는 뇌 바닥에 자리한 '하행 신경세포'들로 지체 없이 쏟아진다. 하행 신경세포는 뇌의 최종 결정을 몸통 가슴 신경절로 쏘아 보내는 고속 명령 통로다. 머릿속의 고차원적 판단은 날개와 다리의 물리적 움직임으로 순식간에 번역된다. 날개의 퍼덕임 각도를 틀어 급선회 비행을 펼치거나 다리를 뻗어 즉각 도약하게 만든다. 천적의 그림자를 감지해 허공으로 몸을 튕겨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감각 수용부터 복합 연산, 그리고 운동 실행까지 이어지는 생체 회로의 도면이 완성되었다.
감각 자극이 뇌 속 나침반과 기억 중추를 거쳐 날갯짓 명령으로 이어지는 전 과정의 물리적 배선도가 남김없이 밝혀졌다.
정적 배선도의 사각지대와 전기적 시냅스 누락의 한계
초파리 전뇌 신경 지도의 완성이 눈부신 성과임은 틀림없지만 냉철한 평가도 따라야 한다. 지도가 실제 영토 그 자체가 아니듯 고정된 배선 구조가 뇌 작동의 전부는 아니다. 이번에 공개된 지도는 화학 물질로 생명 활동을 멈춘 뒤 굳혀낸 사체의 단면이다. 특정 순간에 멈춰 선 해부학적 구조를 기록한 정적인 청사진에 불과한 셈이다. 살아 숨 쉬는 뇌는 고정된 구리 도선처럼 단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신경망의 뼈대가 놓였다고 해서 생체 신호의 변화무쌍한 흐름이 절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물리적 연결선은 신호가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의 통로를 보여줄 뿐이다.
특히 전자현미경 분석에서 드러난 핵심적인 기술적 한계는 바로 '전기적 시냅스'의 누락이다. 신경세포의 연결에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화학적 시냅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두 세포막이 2~4나노미터 수준으로 바짝 밀착해 이온을 직접 주고받는 '전기적 시냅스'도 있다. 이를 학술적으로 '간극연접'이라 부른다. 화학적 시냅스는 소포 주머니와 단백질 비후가 전자현미경 사진에서 비교적 뚜렷이 보인다. 반면 간극연접은 세포 틈새가 너무 좁고 형태적 특징이 매우 희미하다. 이 때문에 수십 나노미터 두께의 절편과 자동 식별 알고리즘으로는 이를 가려내기 어려웠다.
전기적 시냅스(간극연접)의 누락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요한 결손이다. 간극연접은 신호 지연이 거의 없어 초파리의 초고속 위험 회피 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수많은 신경세포가 박자를 맞추어 일제히 뛰는 동기화 신호를 만드는 데도 필수적이다. 초파리가 천적을 피해 찰나의 순간에 허공으로 튀어 오르는 거대 섬유 회로의 핵심이 바로 이 통로다. 결국 이번 지도는 화학적 전달망에 치중되어 있다는 뚜렷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전기적 직통 회로라는 생명체의 중대한 신경 배선 한 축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신경조절물질'이 만드는 체액성 신호 역시 정적인 배선도에는 잡히지 않는다. 도파민이나 옥토파민, 세로토닌 같은 물질은 시냅스 틈새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포외 공간으로 안개처럼 넓게 번져나가며 주변의 수많은 신경세포를 동시에 적신다. 이러한 광범위한 확산은 초파리의 각성 수준, 공격성, 짝짓기 의욕 같은 기조를 좌우한다. 유선 전화선 도면만 들여다보아서는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지는 라디오 방송의 효과를 알 수 없다. 뇌의 진정한 생체 기능은 전기적 연결선과 화학 물질의 복합 작용으로 완성되는 법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 쓰인 뇌는 실험실에서 자란 성체 암컷 초파리 단 한 마리였다. 사람마다 얼굴과 지문이 다르듯 곤충도 개체마다 신경 배선에 뚜렷한 차이가 존재한다. 살아온 환경과 먹이 상태, 수면 시간과 스트레스에 따라 회로의 연결망이 달라진다. 경험과 학습에 따라 시냅스는 끊임없이 새로 생겨나거나 지워지기도 한다. 단 한 마리의 뇌에서 얻은 도면을 초파리 종 전체의 절대적 표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물리적 배선도라는 튼튼한 뼈대 위에 살아있는 뇌의 생리적 활성 데이터를 얹어야 하는 이유다. 해부학적 도면과 동적 생리학 연구의 융합만이 뇌 기능 규명의 온전한 열쇠가 될 것이다.
이번 지도는 화학적 시냅스 중심이어서 초고속 반응을 이끄는 전기적 시냅스와 신경조절물질의 역동성이 누락된 한계가 있다.
선충에서 포유류로 이어지는 비교 신경과학의 도약
초파리 뇌 지도의 완성은 인류가 반세기 넘게 이어온 끈질긴 도전의 연장선이다. 그 첫 출발점은 1980년대에 완성된 흙 속 벌레 '꼬마선충'의 신경망 분석이었다. 꼬마선충은 온몸의 신경세포가 302개에 불과한 아주 작고 단순한 생명체다. 과학자들은 고작 302개 세포의 연결을 손으로 추적하는 데 10년이 넘는 세월을 바쳤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인류는 컴퓨터와 머신러닝으로 14만 개의 세포를 단번에 해독했다. 302개에서 14만 개로의 진약은 생물학 기술이 이룩한 눈부신 도약을 상징한다. 이 성과는 다음 단계인 고등 척추동물 뇌 연구를 향한 확고한 디딤돌이 되어준다.
현재 전 세계 연구진의 시선은 포유류의 뇌를 향해 빠르게 뻗어나가고 있다. 실험용 생쥐의 대뇌 피질 일부 영역을 나노미터 수준으로 복원하는 대형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생쥐의 뇌는 초파리보다 수천 배 이상 거대하고 복잡하여 데이터양이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초파리 프로젝트에서 검증된 다이아몬드 절단 기법과 영상 정렬 기술이 쓰이고 있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자동 신경망 추출 알고리즘 역시 포유류 연구에 핵심적으로 투입된다. 초파리 연구는 복잡한 포유류의 뇌를 탐험하기 위한 훌륭한 기술적 시험대였던 셈이다. 인류는 이제 척추동물의 거대한 뇌 미로를 해독할 실질적인 기술적 열쇠를 쥐었다.
다양한 생명체의 신경망을 나란히 대조하는 비교 신경과학도 커다란 전기를 맞았다. 선충과 곤충, 포유류의 신경망을 비교하면 진화가 수억 년 동안 보존해 온 법칙이 보인다. 감각 신호의 잡음을 걸러내는 억제 회로와 정보를 한곳으로 모으는 깔때기 구조는 매우 닮았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운동 반응을 조절하는 되먹임 회로의 기본 틀 역시 종을 초월한다. 사는 환경과 몸집은 완전히 달라도 생체 컴퓨터가 신호를 처리하는 기본 문법은 같은 셈이다. 이 보편적 설계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지능이 진화해 온 생물학적 경로를 거꾸로 밝혀낼 수 있다.
이러한 비교 연구는 인간의 뇌 질환을 이해하는 데도 매우 귀중한 단서를 제공한다. 파킨슨병이나 조현병, 자폐 스펙트럼 같은 질환은 대개 미세한 회로 배선의 이상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860억 개 세포가 뒤얽힌 인간의 뇌에서 고장 난 배선 부위를 짚어내기란 어렵다. 초파리는 사람과 주요 질환 유전자를 공유하면서도 전뇌 배선망이 투명하게 열려 있다. 특정 신경 회로를 정밀하게 조작해 이상 행동을 관찰함으로써 발병 기전을 역추적할 수 있다. 작은 벌레의 뇌 지도가 인간의 고통을 덜어줄 치료제 개발의 든든한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단순한 선충에서 복잡한 곤충을 거쳐 포유류로 뻗어가는 배선망 지도는 지능이 진화해 온 보편적인 설계 원리를 밝히는 나침반이다.
초저전력 생체 신경망이 미래 공학과 머신러닝에 던지는 화두
초파리 머릿속 배선도는 생물학을 넘어 컴퓨터 공학과 전자공학에도 거대한 파장을 일으킨다. 오늘날 대규모 신경망 모델과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전력을 삼켜버린다. 서버를 돌리고 열을 식히기 위해 거대한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가 필요한 수준이다. 반면 초파리의 뇌는 겨우 수십 마이크로와트라는 극미량의 전력으로 거침없이 돌아간다. 작은 꼬마전구 하나를 밝히는 전력의 수십만 분의 일에 불과한 에너지다. 초파리는 밥풀 한 톨 크기의 에너지로 공중전을 펼치고 장애물을 피하며 길을 찾는다. 자연이 수억 년에 걸쳐 완성한 초저전력 연산 구조의 경이로운 효율성을 증명하는 사례다.
공학자들은 이 압도적인 에너지 효율의 비밀을 풀기 위해 초파리 지도를 파헤치고 있다. 신경세포의 신호 방식을 모방해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뉴로모픽 반도체'가 그 중심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뇌처럼 연산과 기억 저장을 한곳에서 동시에 처리하는 차세대 칩이다. 초파리 신경망의 희소 연결 방식과 상호 억제 회로를 반도체 회로 위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 평소에는 전력을 차단하고 필요한 신호가 튈 때만 켜지게 만들어 대사 소모를 극도로 낮춘다. 전력망에 얽매이지 않고 작은 배터리로 자율 판단을 내리는 머신러닝 장치의 핵심 열쇠다.
로봇 공학과 무인 항공기 분야에서도 초파리의 시각 회로는 최고의 롤모델로 꼽힌다. 오늘날 드론은 무거운 카메라와 값비싼 고성능 컴퓨터를 달아야 겨우 장애물을 피한다. 하지만 초파리는 단 수백 개의 신경세포만으로 물체 접근을 파악해 번개처럼 회피 비행을 한다. 초파리 뇌 도면에 드러난 간결한 연결 구조를 본떠 소형 로봇의 제어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있다. 최소한의 센서와 가벼운 연산 칩만으로 좁은 공간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기계가 가능해진다. 재난 현장이나 미지의 지하 공간을 수색하는 초소형 탐색 로봇의 청사진이 여기서 나온다.
나아가 미세한 생체 배선망은 지능과 마음의 본질에 관한 근본적인 철학적 물음을 던진다. 14만 개 세포와 5천만 개 접점이 맞물린 물리적 실체에서 어떻게 판단과 행동이 피어나는가. 단순한 생체 물질의 결합이 주관적 인지와 목적 지향적 행동을 빚어내는 원리는 무엇인가. 모든 배선도를 해독하면 뇌의 작동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는 기계론적 관점이 존재한다. 반면 수많은 세포가 동시에 상호작용하며 생겨나는 복합계의 '창발적 지능'을 강조하기도 한다. 초파리 뇌 지도는 이러한 오랜 지적 논쟁을 사변이 아닌 구체적인 데이터로 검증할 무대를 열었다.
1밀리미터 속 미시 세계에서 발견된 질서는 생명의 정교함과 진화의 경이로움을 웅변한다. 인류는 이제 완벽한 전뇌 배선도를 손에 쥔 채 지능의 기원을 향한 새로운 탐험길에 올랐다. 정적인 배선망이라는 튼튼한 뼈대 위에서 펼쳐질 역동적인 생체 기능 연구가 더욱 기다려진다. 작은 곤충의 머릿속에서 출발한 이 항해는 훗날 인간 뇌의 거대한 비밀을 푸는 든든한 디딤돌이다. 자연이 빚어낸 생체 신경망의 설계도는 인류의 지성이 도달해야 할 새로운 미래를 환히 비추고 있다.
한눈에 정리
- 국제 연구 연합 플라이와이어가 초파리의 14만 개 신경세포와 5천4백만 개 시냅스를 담은 전뇌 입체 지도를 완성했다.
- 뇌 조직을 7천 장 넘게 썰어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뒤 머신러닝과 연구자들의 수작업 교정으로 배선도를 복원했다.
- 감각 신호가 중심 복합체와 버섯체 등 상위 중추를 거쳐 하행 신경세포의 운동 명령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규명했다.
- 화학적 시냅스 위주여서 고속 반사를 돕는 전기적 시냅스(간극연접)와 체액성 신호가 누락된 점은 주요 한계다.
- 초파리 전뇌 배선도는 포유류 뇌 연구의 디딤돌이며 초저전력 뉴로모픽 반도체와 로봇 제어 기술에 큰 영감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