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 · 심해

햇빛 없는 심해저에서 산소가 나온다? '천연 전지' 가설을 둘러싼 쟁점

과학 매거진 · 읽는 시간 약 14분

햇빛이 들지 않는 수심 4000미터 심해저에서 산소 농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연구진은 다금속 단괴가 전지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웠으나, 과학적 검증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최신 과학 연구를 쉽게 풀어 쓴 일반 정보 글입니다. 연구 결과는 후속 검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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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닿지 않는 심해 평원과 산소 소비에 대한 기존 지식

지구에 존재하는 산소의 대부분은 생물의 광합성으로 만들어집니다. 식물과 조류, 남세균은 태양 빛을 흡수해 물 분자를 분해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와 바다로 산소가 방출됩니다.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심해는 산소를 생산할 수 없는 공간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상층부에서 공급된 산소를 소비하기만 하는 거대한 흡수원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수심 4000미터 안팎의 심해 평원은 전 지구적인 산소 소비처입니다. 극지방의 차가운 바다에서 냉각된 표층수는 밀도가 높아져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이 해수는 깊은 바다 밑바닥을 따라 흐르며 산소를 전 세계로 나릅니다. 심해 저서생물과 퇴적물 속 미생물은 이 산소를 마시며 살아갑니다. 저서생물이란 바다 밑바닥 표면이나 퇴적물 속에 서식하는 생물을 가리킵니다.

생태학적 원리에 따르면 심해저의 밀폐된 공간에서는 산소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상층부에서 침강하는 유기물 찌꺼기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가 쓰이기 때문입니다. 바닥 생물들의 호흡 역시 산소를 지속해서 소모합니다. 바다 밑바닥을 덮개로 막아두면 용존산소 농도가 서서히 감소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해양학자들은 해저 저서생태계의 건강성을 평가하기 위해 무인 착륙선을 투입해 왔습니다. 착륙선 바닥에 설치된 원통형 밀폐 상자가 해저면을 부드럽게 덮습니다. 외부 바닷물의 유입을 차단한 채 내부 용존산소 농도의 변화를 추적합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관측 데이터는 예외 없이 산소 농도의 감소 곡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태평양 중앙부의 거대한 심해 분지에서 이변이 포착되었습니다. 밀폐 상자 내부의 산소 수치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파르게 치솟은 것입니다. 산소 농도는 며칠 동안 계단식으로 뚜렷하게 상승했습니다. 관측 장비가 설치된 구역마다 산소가 지속해서 늘어나는 이상 현상이 기록되었습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산소가 증가한 이 현상에는 암흑 산소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햇빛이 전혀 없는 무기물 환경에서 산소가 생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광합성만이 산소 발생의 유일한 경로라는 기존 해양학 상식에 물음을 던졌습니다.

핵심

수심 4000미터 심해 평원의 밀폐 관측 상자에서 산소 농도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암흑 산소 현상이 관측되었습니다.

센서 오작동 의심에서 밀폐 용기 검증까지의 조사 과정

연구진은 처음에 계측 장비의 기계적 오작동을 강하게 의심했습니다. 수심 4000미터 심해저는 대기압의 400배가 넘는 극심한 고압 환경입니다. 수온 역시 섭씨 1도에서 2도 안팎으로 매우 낮습니다. 가혹한 조건에서는 정밀 계측기의 감지 필름이 압력에 눌려 휠 수 있습니다.

미세한 전기 회로에 잡음이 생겨 비정상적인 전압 신호가 전송되었을 가능성도 컸습니다. 기존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였기에 오류를 찾는 작업이 먼저였습니다. 연구진은 즉시 장비를 해수면 위로 건져 올려 부품을 하나씩 점검했습니다. 감지 소자를 제작사로 보내 정밀 재교정을 거치고 새로운 소자로 바꿨습니다.

교정을 마친 장비를 심해 바닥으로 다시 내려보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화면에 나타난 산소 농도 곡선은 이전과 똑같이 상승했습니다. 단일 측정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다른 측정 원리의 감지기를 함께 달았습니다.

빛의 형광 소멸 시간을 측정하는 광학식 감지기와 전류를 재는 전기화학식 감지기를 병행했습니다. 광학식 감지기는 산소 분자가 형광 물질의 발광을 방해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전기화학식 감지기는 전극 표면에서 산소가 환원될 때 발생하는 전류를 측정합니다. 두 감지기가 동시에 동일한 산소 증가를 나타내면서 기계 고장 가능성은 배제되었습니다.

측정 장비의 문제가 아니라면 해저면의 구성 물질이 반응의 원인이었습니다. 연구팀은 무인 잠수정을 이용해 바닥의 검은 암석과 진흙 퇴적물, 바닷물을 수거했습니다. 외부 공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밀폐한 실험 용기에 시료를 넣었습니다.

실험실 관측 결과 검은 암석을 넣은 용기에서만 산소 농도가 뚜렷하게 상승했습니다. 반면 암석을 제외하고 진흙 퇴적물과 바닷물만 넣은 대조군 용기에서는 산소가 늘지 않았습니다. 산소를 생성하는 주체가 해저면에 흩어져 있던 검은 암석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암석 표면에 붙어 사는 미지의 미생물이 산소를 만드는 것인지 확인하는 실험도 거쳤습니다. 미생물의 모든 대사 활동을 차단하는 강력한 살균제를 투입했습니다. 고온과 고압으로 찌는 멸균 처리를 거친 후에도 산소 방출 반응은 지속되었습니다. 이로써 생명체의 생물학적 작용이 아닌 순수한 무기 화학 반응으로 범위가 좁혀졌습니다.

기존 통념을 뒤흔드는 결과일수록 계측 장비의 오류 가능성을 철저히 지워나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다금속 단괴의 미세 층상 구조와 0.95볼트 전위차의 발견

바다 밑바닥에서 산소를 뿜어낸 검은 암석의 정체는 다금속 단괴입니다. 다금속 단괴는 여러 금속 성분이 뭉쳐 감자 모양으로 자라난 광물 덩어리입니다. 상어 이빨이나 현무암 파편 같은 단단한 핵을 중심으로 바닷물 속 금속이 침전됩니다.

단괴의 성장 속도는 매우 느립니다. 100만 년 동안 기껏해야 수 밀리미터 안팎으로 자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주먹만 한 크기의 단괴 하나가 빚어지기까지 수천만 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해수의 화학 조성이 변하면서 단괴 내부에는 독특한 층이 생깁니다.

단괴를 반으로 자르면 양파 껍질처럼 겹겹이 쌓인 동심원상 미세 층상 구조가 드러납니다. 주요 성분은 망간과 철, 니켈, 구리, 코발트 같은 전이금속 산화물입니다. 이 금속 원소들은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지 않고 나노미터 규모로 정교한 층을 이룹니다.

각 미세 층마다 망간과 철의 함유 비율이 서로 다릅니다. 결합한 금속 이온들의 산화 상태, 즉 전자를 잃거나 얻은 정도도 층마다 차이가 납니다. 조성이 다른 금속 산화물 층이 맞닿으면 경계면에서 화학 퍼텐셜 차이가 형성됩니다.

화학 퍼텐셜 차이는 물질 속 입자가 반응을 일으키려는 에너지 준위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이 에너지 차이로 인해 미세 층과 층 사이에서 전자를 밀고 당기는 힘이 발생합니다. 이는 상용 화학 전지가 양극과 음극의 전위차를 이용해 전기를 내는 원리와 같습니다.

연구진은 심해에서 건져 올린 단괴 표면의 서로 다른 지점에 초미세 전극을 접촉시켰습니다. 계측기 화면에는 최대 약 0.95V에 이르는 높은 전위차가 기록되었습니다. 일반적인 가정용 건전지 하나의 전압이 약 1.5V입니다. 외부 전원 없이 자연 광물 표면에서 1V에 가까운 전위차가 관측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단괴 표면은 미세한 틈과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는 다공성 구조입니다. 부피에 비해 표면적이 매우 넓어 화학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망간과 코발트 산화물은 산업계에서도 고효율 물 분해 촉매로 연구되는 물질입니다. 다금속 단괴는 전위차와 촉매 특성을 동시에 품은 복합 광물이었습니다.

핵심

다금속 단괴는 미세 층상 구조의 화학 퍼텐셜 차이로 인해 표면에서 최대 약 0.95V의 전위차를 나타냅니다.

20초 요약 영상

직렬 연결 가설과 전기화학적 해수 분해 메커니즘

단괴 표면에서 높은 전위차가 측정되자 물 전기분해 가설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가 단단하게 결합해 있어 스스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물 분자의 화학 결합을 끊어 산소를 발생시키려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전압을 외부에서 가해야 합니다.

순수한 물의 열역학적 최소 분해 전압은 표준 조건에서 1.23V입니다. 그러나 실제 해수 속에서는 전극 표면 저항과 반응 지연으로 과전압이 발생합니다. 과전압은 실제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이론치보다 추가로 더 필요한 전압을 뜻합니다. 바닷물을 분해하려면 현실적으로 최소 약 1.5V 이상의 전압이 요구됩니다.

단일 단괴에서 관측된 전위차는 최대 0.95V였습니다. 이 수치만으로는 물을 분해하기 위한 최소 장벽인 1.5V를 넘어서지 못합니다. 개별 단괴 하나만으로는 바닷물을 스스로 분해할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직렬 연결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손전등에 건전지 여러 개를 연속으로 연결해 전압을 높이는 원리를 해저면에 적용한 것입니다. 심해 평원 바닥에는 수억 개의 단괴가 빽빽하게 깔려 서로 맞닿아 있습니다.

소금기가 풍부한 바닷물은 전해질 역할을 하고, 젖은 점토질 퇴적층은 전도체 역할을 합니다. 단괴들이 서로 접촉하면서 광범위한 자연 전기 회로망을 이룰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소적인 0.95V 전압들이 직렬로 합산되면 물 분해 요구 전압인 1.5V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요구 전압에 도달하면 전기화학적 산화 환원 반응이 촉발됩니다. 양극 역할을 하는 단괴 표면에서는 물이 산화되어 산소(O2) 기체와 수소 이온(H+)이 생성됩니다. 반대편 음극 역할을 하는 표면에서는 수소 이온이 전자를 얻어 환원 반응을 거칩니다.

연구진은 이러한 단괴들을 자연이 빚은 천연 광물 전지라고 불렀습니다. 거대한 해저 바닥 전체가 스스로 전하를 이동시키며 바닷물을 가르는 전기화학 공장이라는 해석입니다. 이는 무기물 광물이 바닷속 산소 순환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혁신적인 가설이었습니다.

해저면에 빽빽하게 깔린 단괴들이 직렬 회로를 이루어 물을 분해한다는 설명은 흥미로운 가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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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기체 검출 한계와 에너지 보존을 둘러싼 학계의 반론

천연 광물 전지 가설이 발표되자 학계에서는 날카로운 반론과 검증 요구가 이어졌습니다. 자연과학에서 대담한 가설이 정설로 인정받으려면 빈틈없는 실험적 증거가 뒤따라야 합니다. 화학자들과 지구물리학자들은 물리 법칙과의 정합성을 따져 물었습니다.

학계가 제기한 가장 결정적인 반론은 수소(H2) 기체 생성 여부입니다. 물 전기분해의 기본 화학 반응식은 물 분자 두 개가 쪼개져 수소 분자 두 개와 산소 분자 하나를 만드는 반응입니다. 화학양론적 법칙에 따라 산소가 생성될 때는 그 두 배 부피의 수소 기체가 반드시 동시에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심해 현장 관측과 실험실 분석에서 수소 기체의 동시 생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산소 농도의 뚜렷한 증가를 기록했으나, 그에 상응하는 수소 기체의 농도 변화를 실측해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수소 기체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한 점은 물 전기분해 가설의 가장 치명적인 결점으로 지적됩니다.

수소가 검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러 가설이 제기되기는 했습니다. 발생한 수소 기체가 해수 속 미생물에 의해 즉각 산화되었거나, 단괴 내부의 금속 산화물 격자 속으로 흡수되었을 가능성입니다. 혹은 계측 장비의 수소 검출 한계가 너무 낮아 측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측 데이터가 결여된 상태에서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에너지 보존 법칙과의 모순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일반 화학 전지는 내부의 화학 에너지를 모두 소모하고 나면 방전되어 작동을 멈춥니다. 단괴 표면의 전위차 역시 유한한 금속 산화 상태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외부에서 지속해서 에너지를 공급해 주지 않는다면 전위차는 점차 사라져야 합니다.

단괴가 오랜 세월 동안 산소를 계속 만들어내려면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전이 규명되어야 합니다. 심해 평원은 지열 활동이 미약하고 방사성 원소에 의한 붕괴 에너지도 미미합니다. 뚜렷한 충전 에너지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측된 산소 증가는 일시적인 반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장비 착지에 따른 단순 가스 방출, 즉 탈기 현상이라는 반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탈기 현상이란 암석 내부 틈에 갇혀 있던 기체가 압력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입니다.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무인 착륙선이 4000미터 바닥에 닿을 때 퇴적층과 단괴에 강한 물리적 충격이 가해집니다.

다공성 단괴 내부에 수만 년 동안 갇혀 있던 산소가 충격으로 인해 빠져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새로운 산소가 합성된 것이 아니라 암석 속에 포집되어 있던 기체가 단순 방출된 것이라면 전지 가설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또한 전기 전도도가 높은 바닷물 속에서 절연체 없이 단괴들이 단락 없이 직렬 회로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핵심

물 분해의 필수 부산물인 수소(H2) 기체의 미검출, 에너지 재충전 원리의 부재, 단순 가스 방출 가능성은 천연 전지 가설이 넘어야 할 핵심 과제입니다.

심해저 광물 채굴 논쟁과 취약한 저서생태계의 보전 문제

암흑 산소의 관측은 학술적 토론을 넘어 해저 자원 개발을 둘러싼 국제적 갈등으로 번졌습니다. 관측이 수행된 지역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위치한 클라리온-클리퍼턴 균열대입니다. 이 광대한 심해저 평원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다금속 단괴가 깔려 있습니다.

이곳에 매장된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총량은 육상 광산의 매장량을 크게 웃돕니다. 이 금속들은 전기차 전지와 신재생에너지 저장 장치의 필수 원료입니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배터리 원료 광물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그동안 채굴을 찬성해 온 측은 심해 채굴이 환경친화적이라는 논리를 폈습니다. 육상 광산은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막대한 양의 폐기물과 유독성 오염수를 배출합니다. 반면 햇빛이 차단된 심해 바닥은 생명체가 드문 황량한 진흙 벌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단괴가 해저 환경에서 산소를 생성하거나 생태계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라면 채굴의 정당성은 흔들립니다. 심해 평원은 결코 생명이 없는 사막이 아닙니다. 부드러운 진흙으로 덮인 심해 바닥에서 다금속 단괴는 고착 생물이 몸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단단한 바위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단괴 표면에는 유리해면류와 심해 산호, 다양한 미세 저서생물이 부착되어 살아갑니다. 이들은 단괴에 단단히 고정된 채 해수의 흐름 속에서 유기물을 걸러 먹습니다. 단괴가 산소를 방출한다면 주변 저서생물 군집에 산소를 공급하는 생태학적 기능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중장비가 해저 바닥을 긁어 광물을 흡입하면 이 독특한 서식지는 즉각 파괴됩니다. 단괴가 형성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리므로 생태계의 파괴는 영구적입니다. 또한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진흙 먼지 구름은 조류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까지 퍼져 여과 섭식 생물의 호흡 기관을 막습니다.

공해상의 광물 개발 규칙을 논의하는 국제해저기구 회의에서도 논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지상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심해저의 산소 순환망을 훼손하는 것은 환경 정책의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생태학적 위험성이 명확히 규명될 때까지 채굴을 잠정 유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초기 지구 환경 모델의 재검토와 외계 해양 탐사 시사점

암흑 산소의 존재 가능성은 지구 생명 진화의 역사와 우주생물학 탐사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집니다. 지구과학의 표준 연대표에 따르면 초기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습니다. 약 24억 년 전 남세균이 출현하여 광합성을 시작하면서 대산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대산화 사건은 광합성 생물이 대기 중으로 대량의 산소를 방출하여 지구 환경을 바꾼 사건입니다. 산소를 호흡하며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진핵생물과 다세포 동물은 그 이후에야 등장했습니다. 광합성이 유산소 생명체 진화의 절대적인 출발점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광물이 햇빛 없이도 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광합성 생물이 나타나기 훨씬 전인 원시 바다 바닥에 국소적인 산소 영역이 존재했을 수 있습니다. 생명이 빛을 이용하기 전에 광물 표면에서 산소 호흡이나 항산화 대사 체계가 먼저 싹텄을 가능성입니다.

이 가설은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를 탐색하는 우주생물학의 판정 기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천문학자들은 대형 우주망원경 등을 통해 외계 행성의 대기 성분을 분석합니다. 대기 중에서 산소나 오존 분자가 발견되면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을 강력한 증거로 여겨왔습니다.

산소는 반응성이 강해 주변 암석과 결합하여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속해서 산소가 유지된다면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유력한 생체 지표로 해석되었습니다. 그러나 금속 광물과 물의 반응만으로 산소가 풍부해질 수 있다면, 산소의 존재가 곧 생명체의 존재를 의미하지는 않게 됩니다.

반대로 태양계 내부의 얼음 위성을 탐사하는 과학자들에게는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합니다.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는 두꺼운 얼음 껍질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를 품고 있습니다. 얼음 지각이 햇빛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어 이곳에서는 광합성이 불가능합니다.

외계 바다 밑바닥에 지구와 유사한 금속 산화물 단괴가 깔려 있다면 비생물학적 산소 생성이 가능합니다.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얼음 바다라도 산소가 풍부한 수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복잡한 대사를 영위하는 외계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적 잠재력을 높여줍니다.

심해 평원에서 관측된 산소 증가는 자연계의 화학 반응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제기된 천연 전지 가설이 하나의 정설로 자리 잡으려면 독립적인 재현 실험과 수소 검출 문제 해결이 완결되어야 합니다. 후속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심해저 화학 반응의 실체가 점차 뚜렷하게 밝혀질 것입니다.

지질학적 반응에 의한 비생물학적 산소 생성 가능성은 외계 해양 환경의 생명 유지 조건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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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