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 천문학

외계행성 K2-18b 대기 관측 논쟁, 온화한 생명의 바다인가 들끓는 마그마인가

과학 매거진 · 읽는 시간 약 19분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 K2-18b 대기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포착하며 우주생물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관측된 분자 조성이 온화한 액체 해양의 흔적인지, 들끓는 마그마 바다가 만든 물리화학적 결과물인지에 대해 엄밀한 과학적 검증이 펼쳐지고 있다.

이 글은 최신 과학 연구를 쉽게 풀어 쓴 일반 정보 글입니다. 연구 결과는 후속 검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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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광년 밖 붉은 왜성을 도는 아해왕성의 실체

지구에서 사자자리 방향으로 약 124광년 떨어진 우주에 외계행성 K2-18b가 있다. 천문학 거리 단위인 파섹으로 환산하면 약 38파섹에 이르는 아득한 거리다. 이 행성은 2015년 케플러 우주망원경 연장 임무를 통해 처음 포착되었다. 중심별인 K2-18은 태양보다 질량이 작고 표면 온도가 낮은 붉은 왜성이다. 표면 온도가 섭씨 3,000도 안팎에 불과해 태양보다 훨씬 차갑고 어둡다. 별빛의 밝기가 태양의 3% 수준에 머무는 왜소한 항성 주위를 돈다.

K2-18b는 이 작은 모항성을 약 33일 주기로 빠르게 한 바퀴 공전한다. 항성과의 거리가 매우 가깝지만 별 자체가 방출하는 에너지가 작다. 그 덕분에 행성이 받는 복사 에너지양은 지구가 받는 양과 꽤 비슷하다. 실제로 행성이 흡수하는 에너지는 지구의 약 1.2배에서 1.4배 수준이다. 물이 얼거나 끓지 않고 액체로 머물 수 있는 생명 거주 가능 영역에 든다.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기초적인 온도 조건을 갖춘 셈이다.

행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약 2.6배이며 질량은 지구의 약 8.6배에 이른다. 크기와 무게를 종합하면 전형적인 아해왕성급 천체로 분류된다. 지구보다 크고 해왕성보다는 작은 중간 체급의 행성을 가리킨다. 흥미롭게도 우리 태양계 안에는 이러한 중간 크기의 행성이 없다. 지구 같은 작은 암석 행성과 해왕성 같은 거대 기체 행성만 존재한다. 태양계의 빈자리를 채우는 신비로운 천체 유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은하 전체를 조사해 보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금까지 관측된 외계행성 가운데 아해왕성이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태양계 내부에 비교할 표본이 없었기에 그 내부 구조는 늘 수수께끼였다. 암석 핵 위에 얇은 대기가 덮인 거대 지구라는 주장이 초기부터 제기되었다. 반면 두꺼운 수소 대기 아래 얼음층이 자리한 미니 해왕성이라는 해석도 맞섰다. 천문학계는 이 중간급 천체의 물리적 정체를 밝히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모항성과 거리가 워낙 가깝다 보니 조석력에 단단히 묶였을 확률이 높다. 중력의 영향으로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행성의 한쪽 면은 영원한 낮이 이어지고 반대쪽은 영원한 밤에 갇힌다. 낮 반구는 끊임없이 달궈지고 밤 반구는 혹독한 냉기에 얼어붙기 쉽다. 대기와 해양이 존재한다면 이 극심한 열 불균형을 순환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행성 전체의 기후 시스템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거 허블 우주망원경 관측에서는 대기 속 수증기 흔적이 보고되어 주목받았다. 당시에는 외계 생명이 살 수 있는 온화한 바다 행성을 찾았다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당시 관측 장비의 분광 해상도로는 수증기와 메탄을 가르지 못했다. 흡수 파장이 겹치는 두 분자를 분리해 내기에는 정밀도가 부족했던 탓이다. 이 오래된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에 투입되었다.

핵심

K2-18b는 지구와 해왕성 중간 크기의 아해왕성으로, 모항성의 생명 거주 가능 영역 안에서 공전하는 독특한 천체다.

수소 외피와 광활한 해양, 하이체안 가설의 탄생

인류는 오랫동안 지구와 판박이처럼 닮은 암석 행성에만 매달려 왔다. 질소와 산소로 이뤄진 대기와 단단한 땅을 생명의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하지만 우주 공간 전체를 돌아보면 가장 흔한 원소는 단연 수소와 헬륨이다. 우주에 널린 물질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행성 모델이 제안되었다. 짙은 수소 대기와 행성 규모의 액체 바다를 지닌 하이체안 가설이 그것이다. 수소와 바다의 개념을 융합해 외계 생명의 새로운 서식지를 제시한 셈이다.

이 모델은 두꺼운 수소 대기가 거대한 액체 바다를 포근히 감싼 구조를 그린다. 수소 분자는 가볍지만 고압 환경에서 강력한 충돌 온실효과를 발휘한다. 중심별에서 멀리 떨어져 에너지를 적게 받아도 바다가 얼어붙지 않게 돕는다. 대기 상층에 드리운 옅은 구름은 과도한 열 유입을 차단하는 차양막이 된다. 덕분에 생명이 살 수 있는 궤도 범위가 종전 기준보다 서너 배 이상 넓어진다. 전통적인 생명 거주 가능 영역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파격적인 이론이다.

K2-18b의 평균 밀도는 1세제곱센티미터당 약 2.67그램으로 계산된다. 순수한 암석 행성보다 훨씬 가볍고 거대 가스 행성보다는 단단히 뭉쳐 있다. 중심의 암석 핵 위에 물과 얼음으로 이뤄진 두꺼운 층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행성 전체 질량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수십 퍼센트에 달할 가능성을 뜻한다. 그 위를 전체 질량의 약 1%에 해당하는 가벼운 수소 대기가 폭넓게 감싼다. 내부의 풍부한 물과 외부의 수소 외피가 절묘하게 결합한 셈이다.

분자량이 극도로 가벼운 수소 대기는 행성 중력 속에서도 우주로 높이 부푼다. 대기 척도고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해 대기층이 두껍게 확장되는 특성을 띤다. 대기가 위로 넓게 퍼질수록 중심별의 빛을 투과시키는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지구처럼 얇은 대기를 지닌 암석 행성보다 분광 신호를 포착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관측 능력을 시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표적인 셈이다. 천문학자들은 K2-18b를 하이체안 행성의 대표적인 표준 표본으로 낙점했다.

수소 대기 아래 펼쳐진 바다는 지구와 전혀 다른 미생물의 낙원이 될 수 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번성하는 혐기성 생명체라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 태양계 밖에서 생명 탐사의 대상을 암석 행성 너머로 넓힌 획기적 발상이었다. 학계는 외계 바다의 직접적인 대기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가설이 입증된다면 은하계 전역에서 생명 가능 행성이 수백 배 늘어나게 된다.

수소 대기 아래 펼쳐진 해양 가설은 지구 중심적 사고를 넘어 외계 생명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대기 압력과 고압 얼음, 하이체안 모델의 물리적 난관

온화한 바다를 상상하는 하이체안 모델 앞에는 거대한 물리 법칙의 벽이 버텼다. 가장 심각한 걸림돌은 수소 대기층의 엄청난 무게가 가하는 지표면 압력이다. 수소 대기가 행성 질량의 1%만 되어도 해수면에 가해지는 기압은 수만 기압에 달한다. 행성이 탄생할 때 남은 원시 열과 내부 방사성 붕괴열이 두꺼운 외피에 가로막힌다. 열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 바다 표면 온도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다. 보온 효과가 지나쳐 오히려 온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는 셈이다.

온실효과가 폭주하면 바다 표면 온도는 물의 끓는점을 손쉽게 넘어서게 된다. 섭씨 수백 도를 넘나드는 열기 속에서 액체 상태의 바다는 순식간에 증발한다. 행성 전체가 짙은 초고온 수증기 구름으로 뒤덮인 불지옥으로 변모하게 된다. 인류가 기대했던 출렁이는 온화한 파도는 흔적조차 남기 힘들다는 뜻이다. 대기 질량이 극도로 정밀하게 조율되지 않는 한 액체 바다는 유지되기 어렵다. 하이체안 모델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조건에 기댄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번졌다.

깊은 바다 밑바닥에 형성되는 기이한 얼음층 역시 생명의 탄생을 가로막는다. 수천 기압이 넘는 고압 환경에서는 온도가 높아도 물 분자가 단단히 굳어버린다. 고압 얼음 7상이나 10상으로 불리는 고밀도 얼음층이 바닥에 두껍게 깔린다. 이 얼음 장벽은 우리가 흔히 아는 얼음과 달리 암석처럼 단단하고 무겁다. 수백 킬로미터 두께로 형성된 얼음층이 암석 핵과 해수를 완벽히 분리해 버린다. 바다와 암석 사이의 물리화학적 접촉면이 완전히 끊어지는 치명적 상황이다.

지구 해양에서는 해저 열수구를 통해 미네랄과 영양염류가 끊임없이 뿜어져 나온다. 인과 철, 칼륨 같은 원소가 공급되어야 유기 화합물이 조립되고 생명이 싹튼다. 고압 얼음층이 바닥을 봉쇄하면 바닷물은 화학적으로 순수한 증류수에 머문다. 영양분이 고갈된 닫힌 물속에서는 어떤 대사 작용도 이어지기 어렵다. 결국 액체 바다가 설령 존재하더라도 화학적 불모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생명 거주 가능성을 평가할 때 단순한 물의 존재 이상의 엄밀한 지화학이 요구된다.

중심별에서 쏟아지는 사나운 고에너지 복사선도 대기의 생존을 위태롭게 만든다. 붉은 왜성은 태양보다 훨씬 강력한 자외선과 엑스선 플레어를 수시로 터뜨린다. 이 강렬한 방사선 에너지는 행성 대기 상층부를 사정없이 가열해 팽창시킨다. 가벼운 수소 기체는 행성 중력을 떨치고 우주 공간으로 끊임없이 탈출하게 된다. 오랜 세월 대기가 깎여 나가면 기압 균형이 무너져 해양이 단숨에 증발할 수 있다. 대기의 유실률과 내부 보충률이 정교하게 맞물려야만 대기층이 보존된다.

핵심

두꺼운 수소 대기가 가두는 고열과 바닥의 고압 얼음층은 액체 바다의 유지와 물질 순환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물리적 장벽이다.

20초 요약 영상

별빛 스펙트럼에 새겨진 탄소 분자의 명확한 흔적

지구에서 124광년 떨어진 외계 대기를 해독하는 비결은 투과 분광학 기술이다. 행성이 공전 도중 중심별 앞을 가로지를 때 별빛의 일부가 대기 가장자리를 통과한다. 대기를 구성하는 기체 분자들은 저마다 고유한 파장의 적외선 빛을 흡수한다. 분자 내부 원자들의 결합 방식과 진동 모드에 따라 반응하는 파장이 정해져 있다. 별빛 스펙트럼 상에 특정 파장이 비어 있는 어두운 흡수 띠가 선명히 새겨진다. 이 미세한 파장의 빈자리가 바로 기체 분자의 신원을 밝히는 화학적 지문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초정밀 근적외선 분광 장비들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0.9에서 5.2마이크로미터에 이르는 광범위한 적외선 대역을 빈틈없이 훑었다. 그 결과 스펙트럼에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뚜렷한 흡수선이 동시에 포착되었다. 두 탄소 분자의 검출 신호는 관측 오차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강한 세기였다. 통계적 신뢰도 3시그마에서 5시그마 수준에 이르는 명확한 물리적 검출이었다. 외계 대기 분석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깨끗한 탄소 분자 신호였다.

정밀한 역산 모델을 통해 대기 성분의 혼합 비율을 정량적으로 계산해 냈다.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대기 전체 부피의 약 1%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가 지배적인 외계 대기에서 탄소 기체가 1%나 존재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대기 내부에서 매우 활발한 탄소 화학 반응과 물질 순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뜻한다. 반면 고온 평형 상태에서 다량으로 합성되는 일산화탄소는 전혀 잡히지 않았다. 기기 검출 한계 이하로 결핍되어 있다는 사실은 대기 하층부 온도가 낮음을 뜻한다.

일산화탄소가 없고 메탄이 풍부하다는 조합은 광화학적 불균형을 강력히 시사한다. 대기 상층부에서는 중심별의 자외선에 의해 메탄 분자가 쉴 새 없이 쪼개진다. 그럼에도 메탄이 높은 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하층부의 지속적인 공급을 뜻한다. 이산화탄소 역시 행성 내부의 순환 메커니즘을 통해 꾸준히 균형을 맞추고 있다. 단순한 정적 가스 덩어리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호흡하는 대기 체계를 확인한 셈이다. 이 놀라운 탄소 분자 데이터는 지표면 환경의 정체를 둘러싼 논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외계행성의 대기 분광 관측은 단순히 분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분자가 흡수하는 파장의 깊이를 비교하여 대기 온도 구조를 파악해 낸다. 대기 상층부와 하층부 사이의 열적 대류와 기단 이동까지 추론할 수 있다. K2-18b의 스펙트럼은 비교적 온도가 완만한 대기 역전층의 부재를 암시했다. 복잡하게 얽힌 분광 데이터는 행성의 심층부로 들어가는 소중한 실마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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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암모니아, 물바다가 삼켜버린 대기의 수수께끼

제임스 웹이 보내온 스펙트럼 속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수수께끼는 따로 있었다. 대기 중에 마땅히 넘쳐나야 할 암모니아 분자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수소와 질소가 풍부한 행성 대기에서는 두 원소가 반응해 암모니아를 만들어낸다. 고온과 고압의 열화학 평형 상태를 가정하면 암모니아 흡수선이 굵게 남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관측된 스펙트럼에서 암모니아의 신호는 완벽한 침묵을 지켰다. 기존의 표준 대기 화학 모델로는 이 기이한 결핍을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 미스터리를 단숨에 풀어낼 열쇠로 분자의 고유한 용해도 차이가 지목되었다. 암모니아는 분자 구조상 극성이 매우 강해 물 분자와 쉽게 수소 결합을 맺는다. 기체 상태의 암모니아는 액체 물을 마주치는 즉시 엄청난 속도로 용해되어 들어간다. 만약 행성 표면에 광활한 액체 물바다가 펼쳐져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거대한 해양이 대기 속 암모니아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물속에 가두어 버린다. 물속으로 녹아든 암모니아는 암모늄 이온으로 바뀌며 해양 속에 영구히 포집된다.

반면에 함께 검출된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물에 대한 용해도가 극히 떨어진다. 표면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하더라도 두 기체는 물속으로 거의 녹아들지 않는다. 대기 중에 안정적으로 잔류하여 분광 장비의 시선에 고스란히 포착될 수 있다. 풍부한 메탄, 검출된 이산화탄소, 완전히 사라진 암모니아는 한곳을 가리킨다. 대기 속 기체의 불균형이 행성 표면에 출렁이는 액체 바다의 증거로 수렴된 셈이다. 대기와 해양이 맞닿아 화학적 상호작용을 나누고 있음을 암시하는 강력한 퍼즐이었다.

연구진은 이 분광학적 조합을 하이체안 바다 가설을 지지하는 핵심 기둥으로 세웠다.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거대한 바다를 품은 천체를 실측했다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액체 바다는 우리가 아는 생명체가 태어나고 번성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무대다. 지구의 원시 생명체 역시 태고의 바다 밑바닥 열수 환경에서 첫 숨을 쉬었다. K2-18b의 관측 데이터는 온화한 외계 해양의 이론적 예측과 경이롭게 들어맞았다. 우주생물학계 전체가 태양계 밖 첫 생명 탐사의 결정적 전기를 맞이한 듯했다.

하지만 환호의 순간 뒤편에서 엄밀한 비판과 의문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암모니아의 결핍이 오직 액체 물바다에 의해서만 유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외계 행성의 가혹한 환경에서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지질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순수한 고온 고압의 무기물 반응으로도 암모니아가 제거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었다. 과학계는 성급한 결론을 유보하고 대안적인 물리화학적 메커니즘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극단적인 암모니아 결핍과 풍부한 탄소 화합물의 공존은 외계 해양의 존재를 지지하는 유력한 정황 증거로 떠올랐다.

황화 디메틸 검출 논란과 1시그마의 통계적 진실

제임스 웹의 첫 관측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대중 매체는 한 물질에 열광했다. 적외선 파장 약 3.4마이크로미터 부근에서 포착된 아주 희미한 굴곡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이 신호가 황화 디메틸(DMS) 분자의 흡수선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황화 디메틸은 중심 황 원자에 탄화수소 작용기인 메틸기 두 개가 결합한 물질이다. 지구 생태계에서 이 물질은 거의 백 퍼센트 바다 미생물들의 활동으로 방출된다. 무생물적인 자연 반응으로는 사실상 만들어지지 않는 독특한 유기 화합물이다.

바다에 서식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삼투압 조절을 위해 합성한 물질이 분해되어 나온다. 우리가 해변을 거닐 때 맡게 되는 특유의 비릿하고 시원한 갯내음의 주인공이다. 지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외계 대기에서 이 물질이 발견된다면 혁명적인 일이다. 광활한 바다에 미생물 생태계가 실제로 번성하고 있음을 뜻하는 결정적 징표가 된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외계 생명의 흔적이 최초로 발견되었다며 대서특필을 이어갔다. 인류가 외계인을 발견하기 직전에 도달했다는 식의 흥분 섞인 보도가 세상을 뒤덮었다.

그러나 전 세계 천문학계의 엄밀한 동료 평가는 얼음장처럼 냉철하고 엄격했다. 보고된 황화 디메틸 신호의 통계적 유의성이 고작 1시그마(1σ) 수준에 불과했던 탓이다. 통계학에서 시그마는 관측 데이터가 단순한 우연이나 잡음에 의해 나타날 확률을 뜻한다. 정규분포 곡선에서 1시그마 수준은 양측 오차 확률이 약 31.7%에 달함을 의미한다. 신호 세 번 중 한 번꼴로 기기 내부의 잡음이나 무작위 오차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적인 과학 관측에서 이 정도 수치는 결코 유의미한 발견으로 쳐주지 않는다.

물리학과 천문학에서 공인된 물리적 발견으로 인정받으려면 5시그마를 돌파해야 한다. 5시그마(5σ)는 우연한 잡음일 확률이 약 350만 분의 1, 즉 0.00003% 미만인 기준이다. 신뢰도가 99.99994%를 넘어서야만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로 공식 기록된다. 단순 오차 확률이 30%가 넘는 신호를 생명의 징후로 포장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독립적인 여러 연구팀이 원시 관측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신호가 아닌 계측기 내부의 무작위 전자 잡음으로 결론짓는 편이 타당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분광학적인 파장 중첩과 광화학 분해 메커니즘도 심각한 물리적 모순을 드러냈다. 3.4마이크로미터 대역은 메탄 분자의 강력한 흡수 띠와 정확하게 맞물려 있다.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메탄의 매개변수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신호가 사라지기도 한다. 게다가 붉은 왜성이 내뿜는 강렬한 자외선은 대기 중에 반응성 높은 라디칼을 양산한다. 이 불안정한 입자들은 대기로 올라온 황화 디메틸 분자를 수 분 만에 산화시켜 파괴한다. 망원경에 잡힐 농도를 유지하려면 지구 전체 생산량의 수천 배가 뿜어져 나와야 한다.

핵심

황화 디메틸 신호는 단순 잡음일 확률이 30%가 넘는 1시그마 수준이며, 강한 자외선 분해와 메탄 흡수 중첩으로 인해 생체 지표로 단정할 수 없다.

들끓는 마그마 바다와 초임계 유체, 비생명 대안 가설

외계행성 대기를 탐사할 때 학계가 가장 경계하는 복병은 자연이 연출하는 가짜 양성이다. 생명체가 전혀 없는데도 순수한 물리화학 반응이 마치 생명의 신호처럼 둔갑하는 현상이다. 지구에서는 미생물만 만들어내는 분자라도 외계의 가혹한 고온 고압에서는 저절로 합성된다. K2-18b의 대기 조성 역시 생명과 무관한 지질학적 고온 반응으로 완벽히 설명된다. 온화한 해양 모델에 맞서 규산염 마그마 바다를 품은 소형 해왕성 가설이 등판했다. 외계 대기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강력한 대안 이론이 반격을 개시한 셈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K2-18b는 온화한 낙원이 아니라 펄펄 끓어오르는 용암 세계다. 지구 질량의 8.6배에 달하는 강력한 중력이 두꺼운 수소 외피층을 강하게 묶어둔다. 두꺼운 수소 대기가 가둔 막대한 열로 인해 행성 하층부의 온도와 압력은 치솟는다. 하층부 온도는 섭씨 수천 도에 달하고 압력은 수천 기압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는 물이 온화한 액체로 머물지 못하고 초임계 유체로 변한다. 액체와 기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고밀도의 이질적인 유체 층을 형성하는 것이다.

초임계 유체층 밑바닥에는 녹아내린 암석으로 이뤄진 거대한 마그마 바다가 요동친다. 초고온 규산염 마그마 바다와 짙은 수소 대기가 직접 맞닿으며 격렬한 반응을 일으킨다. 마그마 속에 용해되어 있던 탄소와 산소가 대기 중 수소와 반응해 화합물을 빚어낸다. 이 열화학적 반응을 거치며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된다. 미생물의 신진대사가 전혀 개입하지 않아도 두 탄소 기체가 풍부하게 채워지는 셈이다. 순수한 무생물적 화학 평형만으로 관측된 메탄과 이산화탄소 비율이 정확히 설명된다.

가장 놀라운 점은 대기 속 암모니아의 결핍마저 이 마그마 모델로 설명된다는 사실이다.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질소 기체는 규산염 마그마 속으로 극히 높은 용해도를 보이며 녹아든다. 마그마가 대기 중 질소를 질화물 형태로 남김없이 빨아들여 암석 바다 속에 가둔다. 질소가 마그마 속에 단단히 묶이면서 수소와 결합해 암모니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결국 표면에 시원한 물바다가 전혀 없더라도 암모니아가 감쪽같이 사라지게 된다. 액체 해양의 독점적 증거로 여겨졌던 암모니아의 실종이 용암 속으로 흡수된 결과인 셈이다.

메탄의 검출, 이산화탄소의 존재, 암모니아의 결핍이라는 퍼즐이 마그마로도 풀린다. 중심별의 사나운 자외선 역시 대기 상층부에서 메탄과 유기물의 광화학 순환을 돕는다. 하나의 동일한 관측 스펙트럼을 두고 푸른 바다 세계와 붉은 용암 세계가 충돌한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비생물학적 기원을 명백히 배제하기 전에는 생명을 단정할 수 없다. 과학적 탐구에서 낭만적인 기대보다 엄격한 회의주의가 앞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계 행성의 대기 신호를 해석할 때는 생명체의 존재를 가정하기에 앞서 자연이 연출하는 비생물학적 화학 메커니즘을 먼저 배제해야 한다.

중적외선 관측과 차세대 거대 망원경이 밝힐 외계 대기의 미래

온화한 바다 가설과 끓는 마그마 가설의 팽팽한 대립은 과학의 건강성을 증명한다. 어느 한 연구팀의 독단적인 주장에 끌려가지 않고 학계 전체가 검증에 나섰다. 망원경이 수집한 공개 관측 데이터를 세계 각국의 독립 연구팀들이 교차 분석한다. 각자 개발한 정교한 알고리즘을 동원해 신호의 실체와 대기 모델을 재검토하고 있다. 두 대립 가설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인지를 가려낼 최종 열쇠는 파장의 확장에 있다. 기존의 근적외선 영역을 넘어 더 길고 깊은 중적외선 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파장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중적외선 영역을 관측하는 장비가 후속 임무에 투입된다. 제임스 웹에 탑재된 중적외선 분광 장비는 미지의 파장대를 정밀하게 파헤칠 수 있다. 중적외선 대역에서는 복잡한 메탄의 흡수 간섭 없이 황 화합물의 지문을 읽어낼 수 있다. 황화 디메틸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단순한 신호 왜곡이었는지가 백일하에 드러난다. 더불어 마그마 활동의 가장 직접적인 부산물인 이산화황 분자의 유무도 가려낼 수 있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황이 포착된다면 화산 폭발과 마그마 바다 가설이 완승을 거두게 된다.

행성이 중심별 앞을 가로지를 때마다 스펙트럼을 겹쳐 쌓는 반복 관측도 뒤따른다. 단 몇 차례의 통과 관측만으로는 미세한 통계적 오차와 우주선 잡음을 지우기 힘들다. 수십 번에 달하는 통과 현상을 거듭 관측해 데이터를 중첩하면 잡음이 상쇄된다. 신호 대 잡음비가 비약적으로 상승하면서 관측 신뢰도를 5시그마 수준으로 굳힐 수 있다. 철저한 데이터 누적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객관적 사실을 확립하는 정공법이다. 외계 대기의 실체를 밝히는 과정은 이처럼 피땀 어린 관측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우주뿐 아니라 지상에서도 구경 수십 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망원경들이 건설되고 있다. 주경 지름 25미터급의 거대 마젤란 망원경과 지름 39미터급의 유럽 초대형 망원경이다. 이 거대 지상 망원경들은 지구 대기의 요동을 실시간 보정하는 적응 광학계를 갖춘다. 제임스 웹이 우주에서 포착한 미세한 신호를 지상에서 초고해상도로 교차 검증하게 된다. 우주 망원경과 지상 거대 망원경의 입체적인 협력은 외계행성 연구를 새 시대로 이끈다.

더 나아가 중심별의 눈부신 별빛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행성을 직접 찍는 계획도 추진된다. 차세대 거주 가능 세계 우주망원경이 궤도에 오르면 지구 크기의 외계행성을 촬영한다. K2-18b의 대기가 푸른 바다의 숨결이든 붉은 용암의 속임수이든 소중한 이정표다. 우리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100광년 밖 외계 대기의 분자를 직접 읽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별빛 속에 숨겨진 생명의 지문을 추적하는 위대한 항해는 이제 막 닻을 올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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